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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식과 경험
기사입력 2020-09-17 07:00:13   폰트크기 변경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지식은 필요한 전문성에 비해 극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미 확보한 지식마저도 빠른 속도로 녹슬어 가고 있거나 이미 녹슬어서 더 이상 쓸모없게 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최근 필자의 저서를 받은 어느 경영자는 책을 유심히 살펴보고, 최신지식이 가득하다면서 꼭 읽어보겠다고 말하였다. 그 말은 들은 필자는 ‘결코 최신지식이 아닙니다. 저는 4∼5년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책을 쓰기 위해 1년의 기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그 내용은 5∼6년 전의 지식입니다. 문제는 5∼6년 전에 성공을 보장했던 노하우가 이제는 실패를 부르는 악수(惡手)가 될 정도로 상황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마시고 참고만 하십시오.’라고 토로하였다. 경영현실에서 지식은 문제 상황의 이해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직접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결정이 실행되면 죽느냐 사느냐의 결과가 즉시 나타나는 급박한 현실에서 학문적 논리나 토론의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겠는가? 문제해결은 지식과 전문성을 뛰어 넘는 별도의 실천역량인 것이다.

 

 필자도 한물 간 지식에 집착하여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고 지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일단 버린 지식을 다시는 찾을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제 서야 필자는 쓸모없는 지식을 머릿속에 가득 채운 채 혼란스러운 삶을 영위했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경영자는 지식을 축적하는 공부에 앞서 머릿속의 낡은 지식을 털어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여 해결이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확보하여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고, 이미 활용한 지식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동일한 상황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에서 같은 물에 다시 들어갈 수 있겠는가? 결국 경영자의 핵심역량은 필요한 지식을 끌어 모아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고 유효기간이 경과한 지식을 폐기하는 능력이 아니겠는가?

 

 같은 맥락에서 경험(experience)도 조명해 보자. 세상 경험을 다 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일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모두 체득할 수는 없다. 공간적으로 지극히 제한적인 영역에서 시간적으로 장구한 과정의 한순간만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는 결국 스스로의 성장과정과 교육배경 그리고 업무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신과 자신의 상황에 국한된 특수해를 추구할 뿐, 결코 모든 상황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보편적 일반해를 얻어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누구보다도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가? 내 말대로만 하게, 그러면 틀림없어’라고 말하는가? 그렇게 하면 과연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은 결과를 필자는 너무나도 많이 보아 왔다. 일을 그르치고 나서 ‘지시가 잘못되지 않았습니까?’라고 반문하면 어떠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가? ‘내가 언제 그런 지시를 했어?’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역정을 내는 지시자의 모습을 보게 되지는 않는가? 억울한 마음에 수첩에 적어놓은 지시사항을 들이대며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고 항변하면 또 무슨 말을 듣는가? 혹시 ‘내가 정말 그렇게 지시했나? 그렇다고 무조건 그대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자네는 아무 생각도 없는거야?’라는 핀잔을 듣게 되면서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당신이 잘못을 회피하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졸렬한 사람으로 치부된 적은 없는가? 변화의 속도가 느리거나 변화 자체가 없다면 당연히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가 더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 막심한 최근의 상황에서는 경험이 결코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과거에 난해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한 경험이 오히려 현재문제의 창의적 해결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해 도출한 대안일수록 더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 익숙한 여건에서 유사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문제도 기존 사고체계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습성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문제와 너무 가까워져서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사탕을 입에 물고 있으면 얼마나 오랫동안 단맛을 느낄 수 있는가? 한참 지나 더 이상 단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과연 또 다른 사탕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가? 친숙한 여건에서 기존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다고 서로 인정하고 함께 칭찬하다가는 한 순간에 몰락의 길을 가게 된다. 지식과 경험의 효용을 늘 의심하고 사고해야 한다. 당연한 것도 당연하게 보지 말고 항상 뜬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

 

김 인 호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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