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이수완의 공공미술 산책] <41>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
기사입력 2020-09-17 06:00:23   폰트크기 변경      
익숙한 것의 마법
   
신세계백화점 신관(1999)
   
    이수완 대표

 일상의 사물을 크게 확대하여 작품이 놓인 공간과 맥락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의 미국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Claes Thure Oldenburg). 그는 2006년 청계천에 세워진 조형물 ‘스프링(Spring)’으로 우리에게도 꽤나 익숙한 인물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이 명동 신세계백화점 신관에 있다. 바로 ‘건축가의 손수건(Architect’s Handkerchief)’(1999)이다. 90세가 넘도록 유지해온 특유의 조형방식이 그러했듯, 이번엔 작가의 절친이자 모더니즘의 주요 건축가인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가 즐겨 했던 행커치프에 영감을 받아 거대한 손수건을 기념비적으로 형상화했다.

 작품의 소재로 삼은 행커치프는 손(Hand)과 장방형의 천으로 만든 두건(Kerchief)의 합성어로서, 남성 정장 윗주머니에 꽂는 작은 손수건이다. 과거엔 유럽 귀족들의 격식과 품격을 상징하는 대표적 소품이었지만 현재는 자신의 이미지를 드러낼 수 있는 액세서리로 쓰인다.

 ‘건축가의 손수건’은 손수건을 주머니에 접어 넣은 모양을 비현실적으로 크게 확대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일상의 물건을 일상적이지 않은 느낌으로 제작하여 낯섦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대중적 소재라는 점에선 팝아트의 계보를 잇고, 익숙함의 생경함에선 하이퍼리얼리즘을 따른다. 집 밖을 나와 ‘거리’에서 일상 물품을 다시 마주한다는 사실 자체는 다분히 초현실주의적이다.

 우리는 친숙한 공간 속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는 오브제로부터 묘한 판타지에 빠진다. 따라서 이 작품으로 인해 신세계백화점의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많은 이들은 현실을 벗어난 현실, 그리고 유럽 귀족의 이미지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은 심미적으로도 눈길을 끈다. 흰색과 검은색을 대비시킴으로써 순백의 고귀함과 세련된 느낌을, 단순한 이미지는 무엇이든 연상할 수 있도록 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머리에 모자를 가볍게 얹은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순백의 백합 또는 종이학을, 바람에 휘날리는 바람개비 따위를 그려볼 수도 있다.

 가장 순결하다고 여겨지는 백색 속에 겹겹이 쌓인 면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자극하고, 마법적이면서 신비로운 여운으로 인해 계속해서 바라보게 되는 ‘건축가의 손수건’. 이렇듯 작가의 작품은 흔히 접하는 일상의 사물을 통해 지각에 새로운 틈을 낸다.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도아트컴퍼니 대표)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e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e대한경제i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