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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에필로그] 마녀사냥
기사입력 2020-09-18 06:00:09   폰트크기 변경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요구가 거세다. 21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이 법안을 내세운 정의당을 비롯해 다른 진보정당들이 한목소리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집권여당에서도 이름만 달리했을 뿐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노동계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시민단체로 구성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한 직접 입법발의 운동을 벌였고, 현재 국회 상임위 심사 요건인 10만명 중 9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기업살인법’이라도 불리는 이 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해 근로자가 사망하면 기업의 살인 행위로 간주해 사업주로 하여금 중대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의 대표이사ㆍ이사, 실질적 의사결정자 등은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근로자가 업무 중 재해를 입게 되면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을 제시할 이가 아무도 없다. 건설현장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건설사는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받고 벌점이 부과되는 등 영업 활동에도 큰 제약이 따르는 만큼, 산재 예방은 기업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문제는 법안의 초점이 산재 예방보다는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인 시공사가 맡고 있는 전국 건설현장의 숫자는 100여 곳에 달한다. 기업의 대표이사가 이렇게 많은 현장의 작업 공정을 수시로 보고받고 안전 상황을 직접 챙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건설사의 대표이사라면 쇠고랑을 한 번씩은 차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법안의 칼날이 시공사에게만 향하고 있다는 점은 ‘건설사=악’이라는 낙인에 가깝다. 건설업에서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일선에서 작업을 지시하는 것은 하도급업체이지만, 책임은 제3자인 시공사에게 돌아간다. 설령 근로자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고발생의 책임은 시공사의 몫이다. 시공사가 권한이 많으니 무조건 책임지라는 식이다.

권한이 많은 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법안의 취지라면, 인ㆍ허가 담당자인 공무원이 빠지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지자체장이나 장관 역시 기업의 대표이사처럼 형사처벌 대상에 오르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을까.

 

김희용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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