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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나날]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사입력 2020-09-18 07:00:17   폰트크기 변경      

악마의 시대를 살고 있는 당신에게

 

   

넷플릭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가 16일 공개됐다.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 ‘어벤져스’의 ‘윈터 솔져’ 세바스찬 스탠, ‘더 배트맨’ 로버트 패틴슨까지 외모부터 연기까지 다 되는 이 시대의 히어로들을 캐스팅해 관객을 기대케 했다.

 

영화 속 악마의 향기를 오롯이 느끼려면 원작의 이해가 선행된다. 원작자 도널드 레이 플록은 자신이 태어난 도시를 배경으로 희망 없는 삶을 풀어냈다. 작가는 32년을 제지 공장 노동자와 트럭 운전수로 일했으며,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 빠졌다가 오하이오 주립대에 시간제 학생으로 들어가 결국 등단의 꿈을 이뤘다.

 

그의 첫 장편인 원작은 날것의 매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참혹한 내용임에도 생생한 표현으로 “경험담 같다”는 물음표를 낳았고, 이에 “평생 오하이오를 떠나고 싶었으나 그곳이 내 소설이 됐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리고 작가는 영화 속 내레이션을 제 목소리로 직접 전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악마성을 띠고 있다. 암에 걸린 아내를 살리려 동물을 제물로 바치며 기도하는 남자, 히치하이커를 아내와 함께 유혹해 사진을 찍고 살해하는 연쇄살인마, 신앙을 증명하기 위해 아내를 살해하고 부활의 기도를 읊는 광신자, 10대 소녀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는 목사, 부정부패를 일삼는 보안관까지 그 군상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의 악행은 절대악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자극적인 상황을 당연한 듯 담담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는 원작이 가졌던 간결한 문체를 영상으로 표현해낸 연출의 묘다. 덕분에 관객은 암울한 시대상에 자연스럽게 타락했던 인물에 분노보다는 불편한 마음 정도로 다가갈 수 있다.

 

제한된 러닝타임에 원작 속 인물의 깊은 상황을 전부 이해할 수 없음이 아쉽다. 허나 이를 상쇄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모두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가운데 톰 홀랜드의 호연이 압도적이다. ‘아이언맨’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던 거미 소년이 이젠 진짜 어른이 됐다. 그가 손에 피를 묻히는 과정은 악마는 어디서 오는지, 또는 누가 진짜 악마인지를 곱씹게 한다.

 

특정 종교를 겨냥한 듯한 불편함은 굳이 가질 필요 없다. 시대 배경에 맞췄을 뿐, 작품 속 악행들은 우리 주변에 이미 만연한 일이다. 당장 조두순의 출소에 촉각이 곤두서는 지금이 아닌가. 영화 속 과거에도, 현재에도 악마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번 스쳐간 제목이 뇌리에 각인되고, 결국 현실과 함께 직시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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