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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공간구조ㆍ사업전략의 대세는
기사입력 2020-09-21 06:00:08   폰트크기 변경      
   

# 지난주 어느 평일 낮 11시 50분. 번뜩 정신을 차려보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있다. 남아있는 동료들은 모두 선약이 있고 혼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할 처지다. 한 끼 건너띌까 싶었다가도 발걸음을 옮겨보는데 어느 분식집에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인기 없는 집이구나, 싶으면서도 그래서 다행이다 싶어 들어가보니 테이블이 2개, 최대 수용인원이 4명쯤인 초소형 식당이다. 비좁은 자리에 앉아 라면과 김밥을 주문해놓고 “이렇게도 장사가 되나” 생각하던 사이, ‘딩동, 딩동’ 하는 신호음이 끊이지 않는다. “주문이 접수되었습니다” 하는 ‘배달의 민족’ 앱 음성이다.

매장에는 어쩌다 나처럼 시대에 덜떨어진 손님이 한둘 찾아올 뿐, 매출의 95% 이상은 배달로 이뤄진다고 한다. 4명이나 되는 주방 아주머니는 숨 돌릴 틈 없이 음식을 만들고 포장하고, 식당 앞에서 배달 알바와 오토바이는 쉴틈없이 분주하다.

# 지난 주말 경기도 남양주 외곽의 한 카페를 찾았다. 경치 좋고 한적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부합하는 카페라고 아내가 호들갑을 떨기에 마지못해 따라갔다.

아닌 게 아니라, 카페는 요샛말로 ‘프라이빗’ 했다. 팔당댐과 한강, 검단산과 예봉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자락에 거의 천 평쯤이나 되는, 공원처럼 넓은 야외 카페였다. 곳곳에 정자와 원두막, 방갈로 같은 작은 건물이 띄엄띄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손님들과 부딪칠 일 없이, 소위 프라이빗 하게 음식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구조였다.

넓은 주차장에는 자동차들이 차곡차곡 들어서고 원두막마다 서너 명씩의 가족ㆍ친지들이 모처럼만의 나들이에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커피값 8000원으로 대표되는 높은 물가가 아쉬웠지만 대다수 손님들은 이미 각오한 터였을 것이다. 요즘엔 이렇게 해야 장사가 되는구나, 싶었다.

# 배달에 집중하는 초소형 식당 점포나, 쾌적하고 여유로운 프라이빗 대형 카페나 나에게는 익숙치않은 공간이지만, 2020년 9월 대한민국에서는 ‘대세’로 자리잡은 듯하다. 코로나19 이후의 요식업종 매장 풍토가 이렇게 양 극단으로 갈라졌다는 얘기다.

10여 평 매장에 테이블 10여 개가 촘촘히 들어선 ‘전형적인’ 식당ㆍ카페들은 설자리를 잃고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우리 이웃의 절대다수가 이런 전형적인 업종 종사자라는 점에서 가슴 아픈 일이다. 이들이 서둘러 대세를 따라 새로운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음식점 뿐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 환경 아래서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주거시설을 비롯해 상업용 건물, 유통시설, 공장, SOC시설의 공간 형태가 크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미 몇몇 주택업체들이 ‘코로나19형’ 아파트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건설ㆍ부동산 시장의 모든 면에서 새로운 생산ㆍ공급 구조를 연구해야 할 때다.

 

신정운 부동산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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