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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사랑밖에 남지 않기를
기사입력 2020-09-21 07:00:10   폰트크기 변경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가을을 많이 타는 나는 허무룩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매사 의욕이 없고 이울기 시작한 모든 기운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하루 또 하루. 원래도 외출이 드물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종일 산마을에 갇혀버린 내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는 SNS다.

 

 나는 나이가 제법 들어서야 사랑한다는 말을 거침없이 하게 되었는데, SNS에 그 말을 자주 쓰는 편이다.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그런 말을 쓰면 사람들은 같은 말로 호응해준다.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큰 힘이 있는 줄 미처 모르고 살았던 내 젊은 날이 안타까울 정도로 나는 그 말이 좋다. 죽어가던 세포들이 살아나는 것만 같다. 진즉에 자주 하지 못해서 후회되고 이제는 그 말을 전할 수 없을 만큼 멀리 가버린 사람들이 떠올라서 더욱 간절해졌다. 어려운 말도 아닌데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며칠 전, SNS에 글을 올리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썼더니 사랑한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던 즈음 미모의 작가분께서 의미심장하게 ‘사탕해요.’라는 말을 남겼다.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사랑한다는 말이 어색하고 민망해서 그 뜻을 빙자하여 재치 있게 쓴 말이었다. 그녀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진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꼭 듣고 말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녀의 입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탕보다 달콤하게 비어져 나올 계절도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지천이 나무인 우리 집 마당에는 귀뚜라미가 쉬지 않고 자갈자갈 떠들어댄다. 사랑한다고. 사랑하라고. 밭은걸음으로 두 계절을 건너온 당신의 어제도, 무기력하기만 했던 당신의 오늘도 사랑하라고 밤새 구애하는 것 같다. 그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사랑한다는 말이 하고 싶어진다. 해도 좋고 들어도 좋은 그 말을 아낌없이 주고받고 싶은 가을이다. 흉흉한 세상. 몸은 거리를 두되 마음만은 사람을 향해 있기를, 언젠간 부디 사랑밖에 남지 않길 바라며 가을을 앓는다.

 

이 은 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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