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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에필로그] 사라지는 건축의 다양성
기사입력 2020-09-21 05:00:12   폰트크기 변경      

 

“몇년 전부터 일반건축은 없고 아파트 뿐이다”.

한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임원이 기자에게 밝힌 건축설계시장의 실태다.

공공부문의 일반건축물을 주로 짓는 건축분야 기술형입찰의 경우 지난 2017년까지만해도 국가기관과 지자체에서 다양하게 선보였으나, 2018년부터는 한햇동안 10건을 넘기가 어려울 정도로 급감했다.

대규모 또는 난이도가 있는 공공건축물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인데 그 빈자리는 민간참여 공동주택을 비롯한 각종 민간사업자 공모가 대신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기초지자체에서는 보유한 부지를 활용해 민간의 아파트 브랜드를 도입하고, 공공시설을 확충해 도시와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민간사업자 공모가 대유행이다. 지금까지 민간사업자 공모를 내지 않은 지자체를 찾기가 드물 정도다.

지자체들은 민간사업자 유치로 부족한 재정을 해소할 수 있고, 민간사업자는 점점 사라지는 건축분야 기술형입찰의 대체 일감을 확보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건축물 수요가 줄고 이 처럼 공동주택만 즐비해 건축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일반건축물에 대한 설계 능력이 저하되는게 아닌가 우려된다.

건축사나 건축가를 비롯해 건축설계에 종사하는 대부분은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평면을 추구할 수 있는 일반건축물 설계를 선호하는 반면 공동주택 설계는 수익성(분양성)에 치우쳐 일반건축에 비해 단순하고 건축미를 부여받기 어려워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장 구조가 아파트 일색으로 변하면서 일반건축 수요가 줄어 더 이상 건축사사무소도, 종사자도 일반건축 설계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워졌고, 모두가 기피하던 공동주택을 설계해온 경력자들의 몸값은 부르는게 값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공동주택에 대한 설계 인력과 능력은 늘어나겠지만, 일반건축물에 대한 설계 기반은 무너질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민간부문이 신규 투자에 나서길 꺼리는 만큼 공공부문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요구되는 공공건축물 수요를 발굴해 일반건축의 설계 기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주거시설은 물론 비주거시설, 일반건축 등 건축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건축미를 추구해야 우리나라도 ‘건축설계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을 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채희찬기자 chc@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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