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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딴짓’ 못하는 건설사 
기사입력 2020-09-22 06:00:22   폰트크기 변경      
김태형 건설기술부 차장

 

   

미국의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Nikola)는 ‘사기’와 ‘혁신’ 사이에서 줄타기 중이다. 지난 6월 나스닥 상장 일주일 만에 현대차 시가총액을 잠시 넘어섰고, 그 이후부터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엔 금융 분석업체 힌덴버그가 ‘니콜라는 사기’라는 보고서를 내서 다시 곤경에 빠졌다.

사기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니콜라가 진짜 수소트럭을 보여주지 않아서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꿈’을 파는 혁신가의 숙명이다.

실물도 없이 물건 파는 능력만 보자면 대한민국 건설회사가 더 선수다. ‘선분양, 후시공’이 보편화된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수억원대 고가 상품이지만 견본주택과 입지, 건설사 브랜드만 보고 소비자들은 매매계약을 한다. 계약과 인도(입주) 간 시차가 무려 2∼3년이다. 건축비와 대출 이자(중도금)를 댄 소비자는 집값 상승으로 보답받는다. 일종의 선투자다.

선분양제는 1990년대 급격한 산업ㆍ도시화로 살 집이 턱없이 부족한데, 공급기관인 정부와 건설사는 돈이 없던 시절에 만든 묘책이다. 돈 없는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킨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정부는 선분양제 퇴출을 공언했지만 정작 영리한 스타트업들은 열심히 모방 중이다. ‘디지털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로운 투자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와디즈(wadiz)는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없거나 제품 홍보와 시장 테스트가 필요한 메이커(창업자ㆍ판매자)와 서포터(소비자ㆍ투자자)를 연결해준다. ‘리워드 펀딩’이란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을 뿐, 메이커가 소비자 돈으로 제품을 만들고 대신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 구조는 선분양제 그대로다.

요새 ‘딴짓’하는 건설사들이 부쩍 늘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현대건설), 리튬 배터리 리사이클링(GS건설), 전기차ㆍ드론 기업 투자(대우건설) 등 다양하다.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딴짓으로 치자면 한국 건설사들은 소심한 모범생이다. 일본 5대 건설사인 오바야시(Obayashi)는 2050년까지 우주 엘리베이터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건설사들이 딴짓에 소홀하면 텃밭도 뺏긴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신개념 초고속 진공 열차 ‘하이퍼루프’가 딱 그렇다. 터널과 교통 전문가가 즐비한 건설회사가 IT기업에 선수를 뺏겼다.

지난 18일 마감된 세종 스마트시티 공모에서도 건설사들은 들러리 신세였다. 이 사업은 애초부터 건설사 지분을 4순위 아래로 정해놨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인프라와 ICT 서비스의 융합ㆍ운영이 필수인데, 이 부분은 건설사가 취약해서다. 새로 생기는 도시와 도로ㆍ철도, 공항ㆍ항만, 물류센터 등 모든 인프라마다 ‘스마트’가 붙는다. 건설사들이 딴짓을 소홀한 채 아파트만 짓는 사이 ‘스마트’한 분야에서 건설사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진짜 위기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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