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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계약갱신청구권의 역차별
기사입력 2020-09-23 06:00:13   폰트크기 변경      
   

정부가 전세 재계약 때마다 집을 옮겨다녀야하는 전세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한 주택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예상치 못한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실거주 목적으로 기존 세입자의 퇴거 의사를 확인하고 주택 매수 계약을 했는데, 세입자가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차질이 생기고 있다.

전세난으로 유목민과 같은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전세살이로 2년을 살고, 살던 집에서 2년을 더 살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나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대출받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집을 사는 매수자가 실거주라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가 최근에 이 경우에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혼선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시행 이후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을 예로 들어 이렇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기 위해 더 넓은 집을 찾다가 마땅한 집을 발견하고 8월 중순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을 입금하기 전에 매수인이 실거주하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을 중개업소로부터 확인했다.

하지만 막상 계약 당일 매도인이 ‘집이 팔렸다’고 세입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세입자가 ‘전세를 더 살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중개사는 매도인이 알아서 세입자를 내보낼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A씨는 결국 제날짜에 입주를 못 하게 되면 매도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매매 계약서에 세입자를 내보내는 조건을 특약에 넣긴 했지만 세입자가 세입자가 안 나가면 이사를 갈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도 주택 매도에 차질이 생겨 세금폭탄을 맞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인 B씨는 내년 3월까지 기존 주택을 매도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해 양도세 50%를 내게 됐다.

50대 D씨도 1가구 2주택자로 올해 기존 집을 팔아야 한다. 세제 혜택도 있지만 집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이 만료되면 나가기로 해 놓고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쓴다고 입장을 바꿨다.

세입자는 앞으로 절대 집을 보여주는 일은 없고 계약을 갱신해도 전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다.

세입자가 지위가 예전과 달리 높아졌다. 전세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사실상 길어지면서 전세매물 품귀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불거진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후속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황윤태기자 h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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