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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징벌적 손배 확대, 기업들 감당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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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24 13:47:24   폰트크기 변경      
법무부 입법예고에 법조계·학계도 우려

정부가 꺼내 든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전면 확대’ 카드에 법조계와 법학계도 우려를 내놓고 있다. 효율적인 피해구제·예방과 기업의 책임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가뜩이나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넘치는 상황에서 두 제도가 결합할 경우 기업들에게는 그야말로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23일 법무부는 현재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와 분야별로 산발적으로 도입돼 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기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오는 28일 입법예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한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제정안에 따르면, 집단소송법의 적용 대상은 분야 제한 없이 피해자가 50명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판결의 효력은 미리 판결 효력을 받지 않겠다고 신고한 피해자를 제외한 모든 피해자에게 미치는 미국식 ‘옵트 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피해자의 증명 책임을 다소 줄여주는 대신 ‘소송 전 증거조사’ 절차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증거 확보가 쉬워지게 된다. 집단적 분쟁에 관한 사회적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집단소송 허가 결정이 난 1심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참여재판도 적용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재 공정거래법 등 19개 법률에 산발적으로 규정돼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일반법인 상법에 도입해 모든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습기 살균제나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모펀드 부실 판매 등 기업이 영업 행위 과정에서 고의로 불법 행위를 저질러 중과실의 피해를 일으킨 경우 적용된다. 언론사의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심각한 피해를 봤을 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입증된 손해의 최대 5배까지 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며, 다른 법률의 손해배상 책임 조항보다 우선 적용된다.

그러나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두 제도를 확대 도입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집단소송제 전면 확대와 관련해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제도 취지는 좋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도 “제도 도입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과연 우리 기업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감당할 수준까지 왔는지 국가 경제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두 제도가 결합하면 판결 결과에 따라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중과실을 넘어서는 고의적인 악행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돼야 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일반법인 상법에 도입하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입법일 뿐만 아니라 우리 법 체계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 역시 “안 그래도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기업들로서는 그야말로 폭탄을 맞게 되는 셈”이라며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을 일괄적으로 모든 사업자에게 적용하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승윤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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