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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나쁜 건설 · 좋은 건설 - '이중잣대'文 정부의 건설정책
기사입력 2020-10-16 06:00:38   폰트크기 변경      

2017년 5월 “건설로 경기부양은 없다”고 단호히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 1년 만에 “경기부양에 건설의 역할이 크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뉴딜’사업만 두 차례 기획, 사상 최대 SOC 예산(2021년도)까지 편성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사업이었던 ‘도시재생 뉴딜’에 대한 민간자본 참여도는 극히 낮았고,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비관적이다. 



같은 기간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에 따른 경기 영향을 우려해 2017년 1월 국가 미래 산업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인프라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건설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가 산업구조 혁신을 단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1년 후 영국은 약 623조원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전 세계 투자자금이 영국발 민자사업으로 쏟아졌다. 



한국과 영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 색깔이 건설에 짙게 묻어나는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치’가 ‘시장’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역대 어느 정부보다 SOC를 정치적으로 활용”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장하성 정책실장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앞으로 지역에서 올라오는 SOC 사업은 예산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SOC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인위적이고 단기적이니 비(非)SOC 예산에 재정을 집중하겠다는 논리였다. 



이후 8월에 2018년도 SOC 예산안이 공개됐다. 전년 대비 20%나 감축된 SOC 예산안에 업계는 당혹스러워했다. 2015년부터 꾸준히 예산안이 줄어든 상황이었기에 20% 감축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컸다. 더는 “건설은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선언으로 해석됐다. 



이듬해 2월 문재인 정부의 첫 ‘고용참사’가 빚어졌다. 2018년 1월만 해도 33만4000명에 달하던 취업자 수가 2월 10만4000명으로 뚝 떨어졌고, 5월(7만2000명)에는 급기야 10만명 선마저 무너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37만명)에 비해 80%가 줄어든 상황에 청와대는 말을 잃었다. 



외환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데도 한국 고용시장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같은 시기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세계경제 회복과 함께 유례없는 고용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5월 실업률은 3.8%까지 떨어져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일본은 4월 실업률이 2.5%로 완전 고용 상태를 넘어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릴 정도였다. 



한국의 ‘독보적인’ 일자리 참사에 건설이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전체 일자리 증가분의 3분의1가량을 담당해온 건설업 일자리가 4월 3만4000명 증가에서 5월 4000명 증가에 그치며 전반적 고용지표가 최악을 기록한 셈이다. 



2018년 6월 청와대가 경제팀을 교체했다. 개혁학자들이 나간 자리를 관료 출신들이 메웠다. 교체 3개월 후 청와대의 기류가 급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생활SOC에 과감한 투자를 주문하고자 한다”며 취임 이후 첫 SOC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취임 1년3개월 만의 변화였다. 그해 9월 정부는 19조8000억원에 달하는 2019년도 SOC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4년 만에 SOC 예산이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SOC에 대한 인식은 시장이 놀랄 정도로 달라졌다. 2019년이 시작하자마자 23개 지역의 대규모 SOC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계획이 발표됐다. 2020년 SOC 예산안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이후 11년 만에 최고 증가폭(12.9%)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간 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 투자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며 22년 만의 한국 역성장 전망이 제기되자 문 정부는 다시 한번 건설을 들고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취임 1호 공약사업이었던 ‘도시재생 뉴딜’에 이은 두 번째 뉴딜이다. 그 일환으로 2021년 SOC 예산안은 26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정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런 변화에 시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혀를 내둘렀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건설’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건설을 정치적으로 포장하며 ‘그린 뉴딜’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는데 그만큼 건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의 산업 생태계를 읽으며 건설을 기반으로 타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의 SOC 예산 확대여서 단순한 재정 소모 이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했다. 



  ◆ ‘도시재생뉴딜’, 실패작으로 남나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사업은 쇠퇴지역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 뉴딜’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한 사업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2017년 68개, 2018년 99개, 2019년 98개를 대상 사업 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5가지 유형 중 핵심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구도심을 일으키는 ‘경제기반형’과 ‘중심시가지형’이었다. 정부가 ‘마중물’ 성격의 예산과 기금 등 공적재원을 집중 지원하면 민간 부문이 사업을 맡아 신산업과 서비스 공간을 창출하는 사업 구조다. 



하지만 사업 추진 3년이 지난 현재 정부의 공적 재원이 민간투자를 견인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2018년 이후 선정된 사업지는 활성화계획이 수립조차 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민간투자 성공사례로 정부가 홍보하는 충북 청주와 서울 노원ㆍ도봉 사업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사업 선정과 계획 밑그림이 나온 곳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비 규모는 총 50조원. 사업 출범 당시 재정 조달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민간자본 유치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간 들어가는 사업비 10조원 가운데 재정은 2조원(국비 8000억원ㆍ지방비 5000억원ㆍ각 부처의 재생 관련 사업비 7000억원 등)으로 한정하고 연간 5조원 규모의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리츠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시점에 정부의 출ㆍ융자 지원을 받는 리츠는 천안 ‘동남구청 부지 복합개발’과 청주 ‘연초제조창 본관동 리모델링’, 서대구산단 ‘aT공사 이전부지 개발’, 서울 ‘창동역 환승주차장 개발 사업’ 등 단 4곳뿐이다. 국토부가 작년 12월부터 추진한 ‘도시재생 혁신지구’로 선정한 사업지 4곳 중에서도 고양 성사동 사업지만 간신히 추진을 가시화한 상태다. 



정부가 민간참여가 유력한 곳으로 골랐던 수도권과 충청 지역의 사업지 두 곳은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민감참여 공모가 유찰을 거듭하며 2년째 공전 상태다. 



그렇다면 민간자본 2500억원을 유치한 충남 천안시의 사업은 어떤 점이 달랐던 것인가. 천안시 사업은 도시재생 사업 중 예외적으로 사업지 대부분이 국공유지(코레일 소유 토지 등)였다. 토지 사용권 확보를 통해 사업비가 대폭 낮아지며 건설사의 참여 부담이 상당히 낮아졌고 동시에 국공유지가 천안역 일대였기 때문에 개발 수요가 높았다. 



그러나 이렇게 사업성이 높은 천안 역세권 개발사업마저도 민간자본 유치에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참여하겠다는 건설사가 없어 LH가 10대 건설사를 찾아다니며 사업 참여를 독려했고 미분양 물량을 책임지는 등 갖은 확약 조건을 내걸고서야 참여 건설사 한곳을 간신히 확보했다. 



한 대형건설사의 관련 사업부서 관계자는 “정부에서 워낙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이다 보니 LH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었다. 그럼에도 수익성이 기대만큼 높은 사업지는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사업의 첫 번째 대상지라는 특이성만 없었어도 LH가 파격 조건을 내걸지 않았을 것이고, 건설사 참여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위 20대 대형 건설사 중 도시재생 사업에 추가 참여 의향을 가진 건설사는 전무하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민자가 꼭 필요한 경제기반형과 중심시가지 도시재생사업지 중 상당수가 민자 유치를 위한 계획도 전혀 수립하지 않고 공공재원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업구조이기에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한국판 뉴딜’, “단발성 재정 사업 한계 못 벗을 것”

 지난 5월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여파로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한국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시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마이너스 0.2%. 한국 경제가 실질 역성장을 경험한 해는 1980년(-1.6%)과 1998년(-5.1%) 단 두 차례다.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마이너스(-1.6%)를 점쳤던 2009년조차 실제 성장률은 0.2%였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22년 만의 곤두박질인 셈이다. 



역성장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70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이어 지난 7월 사업비 16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계획을 급히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의 총사업비 160조원은 국비 114조1000억원, 지방비 25조2000억원, 민간투자 20조7000억원으로 구성된다. 앞서 ‘도시재생 뉴딜’에서 민간자본 유치 실패를 경험한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서 민자 비중을 18%까지 줄였다. 민자에 기대지 않고 정부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운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0조원대의 민자 조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사업 계획을 보면 민간이 담당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계획에 포함된 상당수의 사업이 일회성 지출 성격이 강하다 보니 민간투자를 견인하는 데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민간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시장 유인책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며 “예로 전기차 충전소 등을 설치하는 ‘그린 모빌리티 보급 사업’만 봐도 공공에 의한 직접 설치 및 운영보다는 민간사업자들의 투자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세웠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한국판 뉴딜’에서 기업의 역량을 확대할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린뉴딜’ 사업의 대표격인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 사업’만 봐도 정부 사업계획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공공 건축물로 한정해 ‘제로 에너지화’ 사업을 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지 모르겠다”며 “민간 건물을 대상으로 ‘제로 에너지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먼저 마련됐다면 기업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현재 정부 계획만 보면, 기업은 정부의 단순 사업 발주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정부 재정을 쏟아붓는 ‘한국판 뉴딜’이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앞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사업구조 혁신을 말하지만, 정작 세부 계획을 보면 정부의 재정 소모성 사업으로 편성된 탓이다. 



이복남 서울대 교수는 “영국은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한 생산성 향상 정책의 일환으로 SOC 사업을 추진하며 10년 단위의 산업 전략 안에 건설산업을 우선 선정한 반면 우리나라의 ‘한국판 뉴딜’은 SOC 사업에 돈을 쓰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러한 단발성 투자는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는 나겠지만 장기적으로 산업 혁신을 이룰 수 없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SOC가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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